죽은 아들을 되살리기 위해 영혼 세계를 탐험하는 사냥꾼 Ro 의 여정을, 소울라이크 + 덱빌딩 + 턴제 전술 (SRPG) 3개의 장르 혼합 형태로 풀어나가는 게임. Death Howl 은 이 게임의 제목이면서 동시에 게임 내 영혼 세계의 동물들이 사망하면 내뱉는 마지막 포효를 게임 속에서 일컫는 용어로, 단순히 동물들을 살해하고 얻는 재료만 사용하는 게 아니라 그들의 영혼을 흡수하여 강해진다는 면모를 통해 주인공과 영적 세계의 관계를 강화하고 게임 내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한다. 게임의 스토리 또한 이런 신비주의적인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강조하는데, 시대적 배경이 현대가 아닌 먼 고대 구석기 시절의 이야기여서 샤머니즘 / 애니미즘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주인공 Ro 또한 본업은 사냥꾼이지만 (이 게임의 주요 소재인) 아들의 사망 이후 그를 다시 구해내기 위해 샤먼의 길을 받아들이고 영혼 세계로 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스토리가 시작한다. 스토리 전개의 경우, 이 게임이 스토리가 매우 심오한 게임은 아니기 때문에 스토리텔링 분량이 전체 게임의 분량에 비해 많지는 않으나, 오히려 스토리의 전개 및 복선 / 떡밥 회수가 매우 잘 되어 있어서 게임의 서사 면에서 큰 불만을 느끼지 못했다. 게임 초반부의 경우 단순히 Ro 가 아들을 구하기 위해 영혼 세계로 빠져 들어갔다는 것만 알기 때문에 주인공이 과거를 조각조각 돌아보는 모습에서 큰 감흥을 느끼기 힘들지만, 이후 Ro 의 과거 및 그녀가 아들을 어떻게 가지게 되었는지 더 자세히 알게 되면서 이러한 은은한 떡밥들을 플레이어가 쉽게 재회수 할 수 있게 되며, 엔딩 또한 (완전히 행복한 엔딩은 아니다만) 결국 플레이어는 주인공의 착잡한 마음을 이해하면서 게임의 결말을 인정하게 된다. 전체적으로, 게임 내 참신한 소재나 충격적인 반전을 지니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만, 그래도 게임 내 설명해야 하는 중요한 점들 - Ro 의 아들과 관련된 핵심 사건들 , 영혼 세계에서 처음 만난 조력자가 왜 Ro 를 도와주는지, Ro 가 어떻게 샤먼이 되었는지 등등 - 은 확실히 설명하기 때문에, 게임에 대한 몰입 및 게임의 엔딩을 볼 동기를 확실히 플레이어에게 쥐어주는 스토리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이 게임을 순수하게 스토리 보려고 사는 사람은 없을 것이고, Death Howl 의 가장 큰 특징이자 이 게임을 구매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는, "소울라이크 덱빌딩" 으로 자신을 광고하는 데에서 오는 이색적인 장르의 혼합일 것이다. 대부분의 덱빌딩 게임이 로그라이트 특징을 띄고 있어서 "반복적인 게임플레이 속 랜덤 요소를 통한 플레이 방식의 다양화와, 다회차를 통한 여러 가지 카드 및 유물의 해금" 을 가장 큰 특징으로 삼는다면, 이 게임은 (랜덤 요소가 아예 없는 건 아니다만) 확연한 시작과 끝이 있는 모험을 다루고 있으며, 게임을 플레이하며 얻는 자원을 통해 플레이어가 직접적으로 강해지기 때문에 카드 / 유물 해금의 혜택을 바로 즐길 수 있다. 그래서 그런가, 주구장창 로그라이트 덱빌딩만 하다가 이 게임을 시작하게 되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질 수 있는데, "오픈월드 덱빌딩 모험" 을 잘 살려 놓아서 게임 내 세상을 이곳저곳 들쑤시며 카드를 제작하고 캐릭터를 강화하는 재미가 있었으며, 엔딩을 본 이후 "이런 장르의 조합 .... 나쁘지 않았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새로운 지역을 탐험할 때 느끼는 즐거움과 카드 전투의 밸런스를 잘 맞춰 놓았다. 개인적으로 덱빌딩 장르의 게임들을 어느 정도 좋아해서 구매를 했다가, 소울라이크 태그를 보고 얼마나 게임이 혹독할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오히려 소울라이크와 메트로배니아의 협주로 인해 괴랄한 전투 구간에서 여러 번 뒤통수를 맞은 경험이 있다면 이 게임은 반대로 "어? 이거 생각보다 그렇게 역겹지는 않은데?" 라는 생각과 함께 좀 더 편안하게 즐길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서술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A. 소울라이크 소울라이크라는 장르를 메인이 아닌 서브로 내세우는 다른 게임들을 해 왔다면, Death Howl 이 왜 소울라이크 태그를 달고 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플레이어는 두 종류의 자원을 전투를 통해 얻을 수 있는데, 맨 위의 문단에서 적은 것처럼 영혼의 종류마다 다르게 나오는 부산물 (예시: 까마귀 형태의 영혼을 죽이면 깃털을 떨어뜨린다) 그리고 모든 영혼을 살해할 때 마다 동일하게 나오는 Death Howl 이라는 재화, 이렇게 두 가지가 존재한다. 전자의 경우 플레이어가 사망해도 사라지지 않지만, 후자의 경우는 전투에서 패배하면 사망한 자리에 모든 Death Howl 을 떨구게 된다. 물론 이를 회수하지 못하면 사라지는 띠꺼운 특징이 여기도 그대로 구현되어 있다만, 생각보다 회수에 대한 큰 스트레스를 받지 않았다. 한 전투마다 평균적으로 약 3개의 Death Howl 을 획득하는데, 이들을 틈틈히 카드 제작에 사용한다면 사망 페널티가 거의 없는 수준으로 작용하게 되며, 만약 한번에 10개 이상 잃어 버렸다고 해도 다시 회복하기 위한 노가다가 그리 어렵지 않다. 심지어 게임 내 노가다에 매몰될 필요가 없는데, Death Howl 은 카드 제작 및 주인공 강화에 있어서 중요한 자원이기는 하다만, 전자의 경우 게임 내 모든 전투를 최소 한 번씩 승리한다는 가정을 하면 추가적인 노가다 없이 게임 내 모든 카드의 99% 를 제작할 수 있으며, 후자의 경우 서브 퀘스트를 착실히 해 나간다면 역시 추가적인 노가다 없이 캐릭터를 완전히 업그레이드 하는 게 어렵지 않다. 즉, Death Howl 을 억지로 소모하지 않고 저축하는 멍청한 짓만 하지 말고 카드 콜렉션을 채우는 데 착실하게 사용한다면, 죽음에 대한 페널티가 소울라이크 게임 치고는 그렇게 혹독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것이다. 소울라이크의 또 다른 특징인 "체크포인트의 완만한 분배 / 세이브를 하면 (체력을 체크포인트에서 전부 회복하면) 적들이 모두 되살아난다는 특징" 역시 구현되어 있는데, 게임이 직선형 구성이 아니라서 그런가 체크포인트를 찾아 나서는 과정 속에서 막힌다면 다른 길을 시도해 볼 수 있다는 게 마음에 들었으며, 활성화 된 체크포인트 간 빠른 이동 기능 또한 후반부 진행을 매끄럽게 만들어 주었다. 하지만 이 게임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사망 후 부활 관련 특징인데, 전투에서 패배하게 되면 위에서 말한 것처럼 사망한 위치에서 모든 Death Howl 을 떨군다만, 플레이어는 전투가 발생하기 바로 전 위치에서 전투 진입 전 체력을 똑같이 지니고 부활하기 때문에, 체크포인트에서 사망한 곳까지 달려가는 답답한 백트래킹 없이 재빠르게 전투로 복귀하거나 아예 미래의 나에게 전투를 미루고 다른 길을 찾아볼 수 있다. 특히 위의 사망 페널티를 최소화하는 방식과 합친다면,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이 게임이 소울라이크였는지 까먹을 정도로 물 흐르듯이 자연스러운 탐험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이 게임은 그냥 난이도가 허접인 카드 게임인가요?" 라고 질문할 수 있는데, 난이도를 무시하고 무식한 덱으로 어려운 전투에 덤비다가는 무간지옥에 빠진 듯한 괴로움을 느낄 것이다. 이런 도전적인 난이도는 이 게임이 단순히 덱빌딩 게임이 아니라, 턴제 전술과 같이 혼합되었다는 특징으로 인해 더 크게 체감된다. 그렇다면 턴제 전술이라는 장르는 이 게임에서 어떻게 표현 되었는가? B. 턴제 전술 솔직히 말해서, Death Howl 은 소울라이크라는 장르에서 느껴지는 부조리함보다 "턴제 전투 게임에서 플레이어가 모든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면 얼마나 억까를 당할 수 있을까?" 라는 순수한 질문에서 느껴지는 부조리함이 더 크다. 물론 게임이 플레이어를 장님처럼 대하는 건 아니고, 전투에 진입하게 되면 플레이어의 생존과 관련된 중요한 정보들 (적이 어떤 타일을 공격 하는가? / 플레이어가 적의 시선에 들어와서 적이 강공격을 충전하고 있는가?) 및 적 영혼들의 특징들 (영혼의 패시브 특징 / 매 턴마다 이 영혼은 얼마나 많은 타일을 이동할 수 있는가?) 는 알려주기 때문에, 플레이어가 멍청하게 어느 타일에 서 있으면 안되는지 및 왜 특정 적들에게는 공격 카드를 함부로 쓰면 안 되는지 이해할 수 있다. 다만 게임이 모든 걸 알려주는 건 아닌데, 대표적으로 안 알려주는 게 적이 모든 이동 가능한 타일을 이동한 후 바로 공격할 수 있다는 점 (= 공격 행동은 이동력을 소모하지 않는다는 점) 을 안 알려줘서 초반부 전투에서 이를 까먹고 한 대씩 툭툭 얻어맞을 가능성이 크다. 또한 각 적이 어디를 공격하는지는 알려주지만, 어떻게 (얼마만큼의 데미지로 / 근거리인지 아니면 원거리로) 공격하는지는 안 알려주기 때문에, 새로운 적을 마주하게 된다면 "너 이 적이 뭐하는지 몰라? 그러면 맞으면서 배워야겠지?" 라고 게임이 조롱하는 걸 환청마냥 들을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게임이 역겨운 난이도 및 복잡성을 지녔느냐? 그렇지 않기 때문에 이 게임이 도전적인 난이도를 유지하면서 플레이어가 전투를 이겼을 때 짜증이 아니라 쾌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물론 전투 진입 후 모든 정보를 안 알려주는 건 부조리하게 느껴질 수 있으나, 게임 내 적의 종류가 플레이어가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넘쳐나는 수준은 아니기 때문에 직접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적응하게 되고, 주인공의 체력이 적에게 한 대 맞는다고 전투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처참하지는 않기 때문에 한 두번 정도의 실수는 이후 대처만 잘 한다면 뒤집을 수 있다. 또한 위에서 말했듯이 결국 이 게임은 오픈월드 탐험을 통해 다양한 카드와 유물을 얻어 주인공이 강해지는 걸 직격으로 느낄 수 있기에, 초반에는 전략을 설립할 도구가 많이 없어 답답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후반부로 가면 그런 걱정이 거의 없어질 정도로 플레이어가 영혼과의 대면 조작 및 기동력 면에 있어서 여유로워진다. 실제로 이 게임에서 가장 많이 고전한 부분은 최종 보스같은 게 아니라, 특정 사이드 퀘스트 동굴을 어떻게든 미완성 덱으로 돌파하겠다고 무지성 박치기를 한 부분이었으니 말이다. C. 덱빌딩 Death Howl 의 덱빌딩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Death Howl 이라는 자원의 확보 및 카드 제작" 으로 자신만의 덱을 설립해 나가는 데에서 시작하며, 게임 시작에는 기본 카드들밖에 주어지지 않지만 탐험을 할수록 제작 가능한 카드들이 늘어나기 때문에 덱을 바꿔가면서 새로운 카드를 사용해 보는 재미가 있다. 여기서 "그런데 다른 덱빌딩 게임과는 다르게 주인공 캐릭터가 바뀌지 않는데, 그렇다면 덱빌딩 시 여러 가지 아키타입이 나오기 힘들지 않을까?" 라는 의문이 들 수 있는데, 게임 내 등장하는 주요 지역별로 해금 가능한 카드들이 다르며, 지역 별로 특정 키워드 / 덱 방향성을 강조하는 식으로 카드들이 설계되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지역을 탐험한다 = 새로운 키워드들로 덱을 설계할 수 있게 된다" 로 직역할 수 있다. 예를 들자면, 첫 번째 지역에는 데미지 향상 및 카드 버리기가 주요 키워드로 등장한다면, 지도 기준 하단 부분의 사막 지역은 암살자처럼 적의 뒤통수를 때리는 공격 방식과 압도적인 기동력을 주요 데미지 딜링 방식으로 내세워서, 두 지역에서 플레이어는 전투를 진행할 시 완전히 다른 접근 방식을 지니게 된다. 이처럼 덱빌딩 면에 있어서 생각보다 다양한 카드 및 키워드를 지닌 게임이기 때문에, 카드 게임 애호가라면 실망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게임을 진행하며 한 가지 거슬릴 수 있는 특징이 있다면, 각 지역별로 해금되는 카드 말고 다른 지역의 카드들을 덱에 넣으면, 그 카드들의 코스트가 1 증가해서 원활한 전투가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위에서 말한 사막 지역에서 전투를 한다고 가정하고, 사막 지역의 덱을 짜다가 초반 지역에서 해금한 카드를 혼합해서 쓴다면, 초반 지역의 카드들은 모두 마나 코스트가 1 증가하고 사막 지역의 카드들은 코스트 변동 없이 그대로 사용하는 것이다. 당연하지만, 이 마나 변경점은 영구적인 게 아니라 지역별로 유동적으로 적용된다. 이 특징의 경우, 밸런스 조절 면에서 - 코스트 억제가 없었더라면 그냥 처음 지역에서 쓰던 덱으로 게임 엔딩까지 볼 가능성이 매우 크기 때문에 - 왜 이렇게 설정했는지는 이해가 가는데, 이로 인해 새로운 지역을 처음으로 접근하면 초반 전투들이 조금 비참해진다는 단점이 존재한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엔딩 부근의 지역은 이러한 제약이 없기에 숨통이 막혀오지 않으며, 반대로 생각하면 다른 덱빌딩 게임에서 보이는 "직업 별 카드 제약" 이 이 게임에서는 없다는 것이므로 조금만 창의적이라면 나만의 짬통 덱을 만들어서 잘 굴릴 수 있는 자유를 준 거나 다름이 없는 것이기에, 이러한 제약이 게임에 대한 평가를 뒤집어 엎을 정도로 부정적으로 느끼지는 않았다. 결론적으로, 3가지의 개성 넘치는 장르를 혼합한 것 치고 꽤 맛있게 섞인 게임이며, 이 평가를 쓰는 사람같이 덱빌딩이나 턴제 전투에 재능 없는 사람이라도 벽을 느끼지 않고 재미를 느끼게 해 주는 적절한 난이도의 전투들이 잘 배치되어 있는 게임이라 추천. 플레이타임의 경우 엔딩까지 22시간이 걸렸는데, 이는 모든 사이드 퀘스트 완료 + 엔딩 감상까지 걸린 시간으로, 엔딩까지 직진한다면 시간이 덜 걸릴 수는 있으나 사이드 퀘스트들을 통해 얻는 자원이 쏠쏠하므로 되도록이면 꼼꼼하게 탐험하는 걸 권장한다. 가격 대비 플레이타임의 경우 적절한 편이므로, 맨 위에 적은 장르들에 심한 알레르기가 있는 게 아닌 이상 가볍게 할인할 때 구매해서 해보는 걸 권장한다. 여담) 업적의 경우 모든 메인 및 사이드 퀘스트를 완료하고 엔딩을 보면 100% 달성할 수 있는데, 다행이도 놓칠 수 있는 퀘스트는 없으므로 2회차에 대한 부담 없이 게임을 진행할 수 있다. 만약 특정 사이드 퀘스트에 막힌다면, 스팀 가이드에 모든 지역 지도를 올려 놓은 친절한 플레이어가 있으니 번역기와 함께 해당 가이드를 참고하면 업적 달성에 있어서 막힐 일은 없을 것이다.






